건축은 건물이 세워질 주변 환경, 그리고 대지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 작업이다. 오늘 기사에서는 두 개의 면이 도로에 접한 코너에 자리잡은 대지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을 통해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담아낸 건축물을 소개하려 한다. 4층짜리 다가구주택으로 곡선의 풍경이 매력적인 이 벽돌집은 국내 건축 스튜디오 AAG ARCHITECTEN가 작업을 맡았고, 커빙스케이프curvingscape라 이름 붙였다. 지금부터 커빙스케이프와 건축대지와의 관계, 그리고 다가구주택 용도의 건물이 곡선의 조형미가 매력적인 도심 속 오브제로 완성된 이야기를 살펴보자.
경기도 구리시에 세워진 지상 4층짜리 건물은 다가구주택 용도로, 248㎡의 대지면적에 연면적 484.12㎡로 건축되었다. 건물의 대지가 2면이 도로에 접한 코너에 자리잡고 있으며, 정북일조의 영향을 받아 한쪽매스가 잘리는 형상을 가진다.
건물의 1층은 근린생활시설, 2,3층은 총 4가구의 임대세대 그리고 4층 및 다락은 주인세대로 구성되었다. 1층 근린생활시설 공간은 파사드와 같이 곡면부를 그대로 살려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색이 있는 통유리로 개구부를 시공해 개방감을 살리면서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도록 설계했다.
건물의 곡면부 공간을 테라스로 계획하여 기능성과 조형성을 동시에 고려한 점이 인상적이다. 햇빛이 잘 드는 야외 공간과 개방적인 시야를 확보함과 동시에 전체 파사드에 있어 조형미를 높이는 부분이다. 테라스 아래 면적에 대비되는 벽돌색이 보이도록 시공해 독특한 패턴을 만들어냈다.
주요 재료로는 산토리니 화이트 벽돌과 블랙펄 벽돌을 사용하였는데, 이를 구분해 사용해서 건물의 전면과 후면이 다른 입면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고, 그 경계부는 화이트와 블랙의 대조적 입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표면을 좀더 가까이 살펴보면 입체감을 살려 벽돌을 시공한 것을 볼 수 있다. 언뜻 사선의 물결무늬처럼 보이기도 하는 벽돌 시공 패턴을 통해 그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화이트와 블랙의 대비, 곡선형 입면에 낸 테라스, 입체적 패턴을 살린 벽돌 시공으로 건물의 조형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건물 내부 통로와 현관 또한 블랙과 그레이 컬러를 메인으로 사용해 차가운 느낌의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완성했다. 회색빛의 큼직한 벽돌을 다소 거친 느낌으로 시공했고, 엘리베이터와 현관문은 매트한 질감의 블랙 컬러를 선택했다. 난간 또한 블랙 컬러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선을 보여준다.
임대세대 생활 공간 내부는 화이트와 원목으로 깔끔하고 아늑하게 완성하였다. 주방 조리 공간 벽면은 짙은 브라운 컬러의 벽돌 형태 타일을 시공해 세련된 느낌이다.
주인 세대 생활 공간 모습이다. 상부장을 화이트 컬러로, 하부장을 짙은 원목으로 시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조리 공간 벽면에는 화이트 컬러 벽돌 타일을 시공해 깨끗하고 넓어보인다.
층간 통로는 밝은 원목으로 계단을 시공하고 화이트 컬러로 마감한 난간과 파스텔 블루 컬러로 도장한 벽면으로 완성해 좁고 답답한 느낌을 보완하고 밝고 화사한 느낌으로 완성했다.
4층에는 지붕의 경사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다락 공간이 마련되었다. 모노톤 컬러와 원목으로 심플하게 완성된 공간이다. 천장에 여러 개의 전구를 샹들리에 형태로 모아 조형미가 느껴지는 메인 조명이 모던하고 독특한 포인트로 시선을 끈다.
벽면과 천장의 경계에는 간접 조명을 설치해 은은히 조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창문 아래로 벽 전체 면적으로 가로지르는 반듯한 원목 책장을 설치해 충분한 수납이 가능하도록 하고, 시야를 직선적으로 정돈해 공간을 깔끔하게 완성했다.
4층에는 일조권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긴 야외 테라스로 계획하여 건물에 개방감을 주고 내외부 소통이 원활하도록 했다. 테라스가 끝나는 가장자리에 집의 벽돌 구조 벽면을 연장해 파티션을 만들었는데, 중앙에 마름모꼴의 공간을 비운 뒤 작은 사다리 형태의 철제 구조를 덧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개방감을 더하고, 벽돌 구조와 어우러져 조형미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