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믿고 긴장을 풀어 놓은 상태에서는 엉켜있던 생각도 한결 쉽게 정리되어 속마음이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오는 법이다. 편안하게 이어지는 대화, 자신의 생각도 다시 되짚어 보게 하는 차분한 상담을 원한다면, 우선 낯선 사람과도 스트레스 없이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편안한 대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늘은 경기도 화성시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BK DESIGN STUDIO에서 작업한 스튜디오 사무실 인테리어 사례 속에서, 상담이나 미팅을 진행하는 오픈형 사무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향을 잡아보자. 업무에 임한다는 생각을 지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마음껏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탁 트인 쇼룸형태의 디자인이 특징인 프로젝트다.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원활한 소통이 프로젝트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확하게 포인트를 짚어낸 전문가의 감각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다면 누가 과연 이 공간을 회사의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사무실'이라는 단어에 갇혀있는 경직된 이미지를 타파하고 마치 느긋하게 카페를 방문한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담백하고 청순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공간이다. 진솔한 대화와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한 대화가 필요할 경우 회사에 있는 미팅룸을 두고 일부러 편한 분위기의 카페를 찾아 나서는 직장인들의 모습에서 이 인테리어의 기획 의도와 같은 취지를 엿볼 수 있다.
모든 가구는 일괄적인 레이아웃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정렬된 모습이 없기 때문에 시선도 한결 편안하고 분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벽면과 천장을 모두 화이트 컬러로 도장하고 천장은 노출된 형태를 유지함으로써 높고 넓게 시원하게 트여있는 공간감을 완성했다. 들어서는 순간 개방적인 이미지 머리에 들어오기 때문에 첫 방문임에도 긴장을 풀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테이블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오브제 조명이 팀을 짓듯 개성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테이블과 의자 형태를 기본으로 한 섹션씩 구성된 가구 역시 모두 그 형태와 디자인이 다르다. 하지만 간결하면서도 내추럴한 멋을 추구하는 기본 라인에 원목의 느낌을 살렸다는 점에서 하나의 컨셉으로 안정감이 모아지는 디자인이다. 다른 듯 하나의 스타일로 이어지고, 통일감이 있으면서도 지루하게 반복되는 이미지가 없기에 인위적이지 않은 생동감이 감도는 공간이다.
전체 조명은 특정 부분으로 치우치지 않고 레일 조명을 활용해 고르게 분산했다. 테이블에 개별 조명이 있고 전면으로 대형 창문이 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도의 자연스러운 화사함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첫인상으로는 분명 자유로운 분위기의 카페를 닮아있지만, 오피스 공간에 필요한 진중함을 잃지 않도록 균형을 잡은 섬세한 마무리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오피스나 카페, 상점 등 상업 공간을 위한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상업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이다. 의류 상점에서는 소비자가 의류의 아름다움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레스토랑이라면 편안하게 식사에 임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 필수다. 개인적인 집중력보다 원활한 대화가 필요한 미팅룸은 다자간의 대화에 맞는 넓게 열린 좌석 배치와 산만한 분위기를 저지하는 깔끔하고 차분한 스타일링이 동반되어야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개방적이지만 자리에 앉았을 때 시선이 정돈되는 단정함. 미팅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피로감이 적고 끝까지 상대방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이 인테리어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싱크대와 냉장고로 구성한 스튜디오 내의 다용도실은 라운드 형태의 가벽을 활용해 카페 특유의 오픈 주방 포인트로 표현했다. 자칫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낮추거나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주방의 모습을 적절하게 가리는 동시에, 시선을 깔끔하게 정돈함으로써 미팅 테이블이나 가구 등을 한층 단정하게 돋보이는 효과를 내는 아이디어다.
맑은 화이트 컬러에 골드 포인트가 들어간 화장실의 모습을 감상해 보자. 컬러가 단순해 심플한듯 하지만 일정하면서도 작은 크기로 반복되는 타일 패턴과 타원형의 커다란 거울, 그리고 그 거울을 감싸는 은은한 간접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서 수전과 조명에 들어간 골드 포인트가 단조로움을 없애고 단번에 개성 있는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건물의 겉은 직선이지만 그 속을 채우는 것은 온화한 곡선미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면부와 지붕의 유려한 선으로 누구든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법한 다정한 표정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파사드가 인상적이다. 간판이 없더라도 간단한 외형 설명을 듣고 나면 누구든 쉽게 이곳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주변 환경과 쉽게 어우러지기 힘든, 강하게 튀어 오르는 개성 대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그 만의 각인되는 얼굴을 선택한 은은한 매력의 건물이다.
